GLP-1 비만 치료제: 꿈의 약인가, 부작용은 없을까?
최근 전 세계적으로 '기적의 비만 치료제'라 불리며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GLP-1(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-1) 계열 약물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. 본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되었던 이 약물이 뛰어난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이면서 비만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. 하지만 동시에 그 효과만큼이나 부작용과 오남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.
1. GLP-1 비만 치료제, 어떻게 체중을 줄일까? (작용 원리)
GLP-1은 우리 몸에서 음식을 섭취했을 때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입니다. 이 호르몬은 다음과 같은 복합적인 작용을 통해 체중 감소를 유도합니다.
- 식욕 억제: 뇌의 식욕 조절 중추에 작용하여 포만감을 증가시키고 식욕을 억제합니다. 음식을 먹기 전에도 배부름을 느끼게 하는 '인지적 배부름' 현상을 유발하기도 합니다.
- 위 배출 지연: 위에서 음식물이 배출되는 속도를 늦춰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고, 추가적인 음식 섭취를 줄입니다.
- 인슐린 분비 촉진: 혈당 수치가 높아지면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여 혈당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줍니다. 이는 당뇨병 치료제로서의 본래 기능입니다.
이러한 작용 기전 덕분에 GLP-1 비만 치료제는 기존의 향정신성 비만약과 달리 신경계에 직접 작용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높은 효과와 장기 복용에도 우수한 안전성을 보이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.
2. 현재 사용되는 GLP-1 비만 치료제의 종류와 효과
현재 국내외에서 비만 치료 목적으로 승인되거나 사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GLP-1 유사체는 다음과 같습니다.
- 리라글루티드 (Liraglutide):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삭센다(Saxenda)가 있으며, 주로 1일 1회 주사하는 방식으로 사용됩니다.
- 세마글루티드 (Semaglutide):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위고비(Wegovy)가 있으며, 주 1회 주사하는 방식으로 편의성이 높습니다.
- 터제파타이드 (Tirzepatide): 최근 국내 출시 예정인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(Mounjaro)는 GIP/GLP-1 수용체 이중 효능제로, 기존 GLP-1 단일 작용제보다 더 강력한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. 주 1회 투여합니다.
이러한 GLP-1 계열 약물은 임상 시험에서 15~20% 수준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으며, 일부 연구에서는 마운자로의 경우 20% 이상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여 '꿈의 비만 치료제'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습니다.
3. GLP-1 비만 치료제, 부작용은 없을까? (주의할 점)
뛰어난 효과에도 불구하고 GLP-1 비만 치료제는 몇 가지 부작용과 주의사항이 있습니다.
- 주요 부작용: 메스꺼움, 구토, 복통, 설사, 변비 등 위장 관계 부작용이 흔하게 나타납니다. 대부분 경미한 수준이지만, 약물 투여 초기나 용량 증량 시 더 두드러질 수 있습니다.
- 심각한 부작용 (드물지만 주의):
- 급성 췌장염: 최근 영국 등에서 GLP-1 비만 치료제 투약 후 급성 췌장염 발생 사례가 보고되어 보건 당국이 조사에 나선 상태입니다. 췌장염의 병력이 있는 경우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.
- 담낭염 및 담석: 담낭 관련 부작용도 보고된 바 있습니다.
- 근육 손실: 일부 연구에 따르면 체중 감량 효과의 최대 40%가 근육 손실에 기인할 수 있다는 한계도 지적됩니다. 따라서 약물 투여 시 적절한 운동과 단백질 섭취를 병행하여 근육량 유지에 신경 써야 합니다.
- 요요 현상: 약물 중단 시 기초대사량 감소와 식욕 증가로 인해 체중이 다시 증가하는 요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.
- 오남용 문제: 본래 당뇨병이나 비만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처방되어야 할 약물이 단순 미용 목적으로 오남용되는 사례가 늘면서 학계에서도 신중한 처방을 강조하고 있습니다.
- 고가: GLP-1 비만 치료제는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지 못해 환자가 한 달에 수십만 원의 약값을 전액 부담해야 합니다. (위고비의 경우 월 40~50만원대, 마운자로도 유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.)
4. GLP-1 비만 치료, 누구에게 적합할까?
GLP-1 비만 치료제는 다음의 경우에 의사의 처방 하에 신중하게 고려될 수 있습니다.
- 체질량지수(BMI) 30kg/㎡ 이상인 비만 환자
- BMI 27kg/㎡ 이상 30kg/㎡ 미만의 과체중이면서 고혈압, 제2형 당뇨병, 이상지질혈증 등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 있는 환자
중요: GLP-1 비만 치료제는 단순히 살을 빼는 주사가 아니라, 반드시 의사의 진단과 처방에 따라야 하는 전문 의약품입니다. 개인의 건강 상태와 기존 질환, 예상되는 부작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전문가와 충분히 상담 후 결정해야 합니다. 약물 치료와 함께 식이요법 및 운동 요법을 병행하는 것이 장기적인 체중 관리 성공에 매우 중요합니다.